유럽, 방위산업을 키울 해법을 찾다 – ETF가 답일까?
이것은 금융과 정치, 그리고 글로벌 경제가 교차하는 흥미로운 이야기 한 토막이다.
금융 투자의 세계에서 ETF(상장지수펀드)는 더 이상 새로운 개념이 아니지만, 최근 유럽에서는 이 익숙한 금융 상품을 색다른 용도로 고민하고 있다.
바로 방위산업 육성을 위한 투자 유치 용도로 말이다. 하지만, 이것이 정말 효과적인 전략일까?
유럽, 방위산업 ETF에 주목하다
최근 유럽 의회의 한 씽크탱크(EPRS, European Parliamentary Research Service)가 흥미로운 질문을 던졌다.
“ETF를 활용해 유럽 방위산업에 더 많은 투자를 끌어올 수 있을까?”
배경은 간단하다.
미국이 더 이상 유럽의 안보를 무한정 책임지지 않을 것이라는 신호를 보내면서, 유럽 각국은 자체적인 방위 역량을 키우려 하고 있다.
특히, 트럼프 행정부가 유럽의 국방비 지출 부족을 강하게 비판하면서, 미국의 군사 지원이 줄어들 가능성이 커졌다.
이제 유럽은 스스로 방위를 강화할 필요가 생긴 것이다.
문제는 돈이다.
방위사업은 거대한 자본이 필요하지만, 각국 정부 예산만으로 충당하기에는 불확실성이 크다.
그래서 나온 아이디어가 바로 민간 투자자들, 특히 ETF를 통한 자금 유입을 활성화하는 것이다.
방위산업 ETF, 현실적인 대안일까?
ETF는 개별 주식보다 변동성이 낮고 접근성이 좋다는 강점을 가지고 있다.
현재 유럽에서 운용 중인 대표적인 방위산업 ETF인 **VanEck Defense Ucits ETF(DFNS)**는 약 28억 달러 규모로, 방위산업 관련 기업에 투자한다.
그런데, 재미있는 사실이 있다.
이 펀드의 투자 비중을 보면, 유럽 기업이 차지하는 비율은 단 25%에 불과하다.
나머지는 **미국 방산업체(60%)**와 기타 지역 기업들이다. 이 말인즉슨,
유럽 투자자들이 방산 ETF에 돈을 넣는다고 해서, 반드시 유럽의 방위산업이 성장하는 것은 아니라는 뜻이다.
이런 상황에서 EPRS 측은 순수하게 유럽 방위산업 기업들만 포함하는 새로운 ETF를 만들 가능성을 검토 중이다.
즉, 미국 기업을 제외하고 유럽 기업들이 더 많은 혜택을 볼 수 있도록 하겠다는 의도다.
그렇게 쉬운 일이 아닙니다만…
투자업계에서는 다소 회의적인 반응도 나온다.
ETF는 기본적으로 이미 상장된 기업들에 투자하는 구조이기 때문에 실제 산업 확대를 위한 자금 지원 효과는 크지 않을 수도 있다는 것.
Morningstar의 애널리스트 케네스 라몬트(Kenneth Lamont)는 이렇게 말한다.
“ETF를 통해 방위산업에 투자하는 것은 기존 주식의 가격을 올리는 효과는 있지만,
기업이 실제 신규 무기 개발이나 공장 증설을 위한 자본을 직접 조달하는 방법은 아니다.“
즉, ETF를 통해 방산업체 주가가 오르면, 주식을 팔아서 이익을 보는 것은 기존 투자자일 뿐 기업 자체가 당장 더 많은 무기를 만들 능력을 가지는 것은 아니라는 것.
기업이 직접 현금을 확보하려면, 신규 주식 발행(IPO나 유상증자)이나 회사채 발행이 필요하다.
유럽 방위산업 ETF가 성공할 조건
그렇다면, 방위산업 ETF가 실질적인 변화를 만들어내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 순수 유럽 기업 중심의 ETF 설계
- 현재 ETF는 대부분 미국 기업에 집중되어 있다.
- 유럽 정부가 EU 투자 펀드를 통해 시드머니를 제공하고, 유럽 기업 중심으로 구성된 ETF를 만들면 투자금이 유럽 산업 자체를 성장시키는 데 더 직접적인 도움이 될 것이다.
- 공공-민간 협력 모델 도입
- 정부가 보증하는 형태의 방위산업 펀드를 만들어 ETF를 통해 모인 투자금이 실제 기업의 R&D(연구개발)와 공장 증설에 활용될 수 있도록 설계할 필요가 있다.
- 투자자의 장기적인 관점 유지 유도
- 투자자들이 단기적인 차익 실현이 아니라, 10~20년 이상 장기적인 관점에서 방위산업 성장을 지원하는 방향으로 움직여야 한다.
정리하자면…
ETF가 유럽 방위산업의 성장을 돕는 도구가 될 가능성은 있다.
다만, 단순히 ETF를 만든다고 해서 유럽 군사력이 자동으로 강해지는 것은 아니다.
진짜 중요한 것은,
ETF를 통해 유입되는 자금이 실제로 유럽 내 방산 연구개발과 생산 설비 확장으로 연결될 수 있도록 정책적 설계를 하는 것.
지금은 유럽이 독자적인 방위 역량을 키워야 하는 변곡점에 서 있다.
과연 ETF가 그 해답이 될 수 있을까?
아니면, 단순한 금융상품에 불과할까?
앞으로 유럽이 어떤 선택을 하게 될지,
투자자와 정책입안자 모두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