튀기 싫었던 내가 만든 반짝이는 세계, VTuber Mint의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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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건 그냥 유튜브 한 구석의 이야기다.
  • 내가 만든 애니 캐릭터 Mint라는 가면
  •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쨌든 생계는 된다
  • "아마추어"의 시선으로 본 또 하나의 엔터: VTuber
  • 결국, 나라는 사람은 어디까지 보여줘야 할까?
  • 덧붙이며

이건 그냥 유튜브 한 구석의 이야기다

회사 생활이 너무 버거웠다.
사람 많은 자리에서 말하는 건 여전히 힘들고, 튀는 것도 부담스럽다.
그렇다고 세상에 나를 가두고만 살 수도 없다.

그러다가 “그냥 애니 캐릭터로 유튜브 해볼까?”라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이건 내가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았던, 가볍다고 할 수도, 무겁다고도 할 수 없는 해답이었다.
어느 날 문득 내 안에 있던 '잘 꾸며진 나’를 인터넷에 올려보기로 한 거다.
랜선의 세계에서는 누구나 누구든 될 수 있기에.

내가 만든 애니 캐릭터 Mint라는 가면

처음 만든 캐릭터 이름은 ‘Mint Fantôme’.
직역하자면 ‘유령 민트’.
유령이랬자, 실제로는 밝은 눈망울을 지닌 19세의 귀여운 일본풍 '가상 아이돌'이다.
지금은 나의 유튜브 채널엔 34만 명이 넘는 구독자가 있고, 매일 2~4시간씩 실시간 방송으로 팬들과 소통한다.
하지만 시작은 정말 소박했다.

🌱 처음엔 내 옷방에서 방송을 했다.
벽에 이불 걸고 방음 처리한 그 좁은 공간이 방송 스튜디오였다.
적당히 고정해둔 핸드폰 하나면 충분했고, VTube Studio나 VSeeFace 같은 앱도 익히면 그만이었다.
더 대단한 장비는 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쨌든 생계는 된다

믿기 어렵겠지만, 이걸로 먹고살고 있다.
도네이션, 굿즈 판매, 기업 협찬—그리고 열정적인 팬들의 ‘슈퍼챗’.

예전엔 '누가 애니 캐릭터랑 채팅하면서 돈을 보내겠어?' 싶었는데,
막상 이 세계에 들어오면, 인간은 감정에 반응하는 동물이라는 걸 새삼 깨닫게 된다.

📦 굿즈?
네, 제가 디자인한 키링이나 스티커도 팔고요,
종종 한정판 아크릴 스탠드도 준비해서 판매해요.
자주 하진 않지만, 문화상품 소소하게 굴리는 셀러 마인드도 기르며 살고 있습니다.

💸 협찬?
스타트업이나 인디 게임 쪽에서 콜라보 제안이 종종 있으니 예상 외로 이 바닥도 꽤 산업적입니다.
최근엔 온라인 쇼핑몰이랑 협업해서 제품 리뷰했는데, 팬들이 ‘Mint 언니가 사용하는 제품이라면 믿고 간다!’ 하는 댓글을 남기더라고요.

"아마추어"의 시선으로 본 또 하나의 엔터: VTuber

나는 누군가의 '안 그래 보이는' 일상을 비집고 들어간다.
그리고 그 틈에서 소소한 위로를 주고받는다.

내가 자주 하는 말이 있다.
“난 셀럽이 아냐. 그냥 옆방 살던 언니일 뿐이야.”
팬들도 그걸 좋아해줬다.

🔍 엔터테인먼트?
이건 단순한 퍼포먼스의 문제는 아니다.
라이브 방송 중 실시간 반응, 시청자와의 농담, 갑작스러운 기술 오류, 페이스 리그의 멈춤까지—
모든 ‘실패와 우연’까지 팬들이 함께 겪는다는 점에서
이건 무대 위 공연이 아니라, 밑그림 없는 즉흥극 같다.

📺 일례로,
한 번은 마이크가 방송 중 꺼져 있는데도 한참 동안 춤추고 있었다.
채팅방이 난리가 났지만, 그 어색함도 우리가 공유하는 추억이다.

결국, 나라는 사람은 어디까지 보여줘야 할까?

솔직히 말하면 나는 지금도 'Mint'와 '나' 사이에서 균형을 잡는다.
방송이 끝나고도 Mint의 말투가 입에 붙을 때가 있고,
개인적인 SNS에서 내 감정을 표현하는 것도 조금씩 조심하게 된다.

가족에게도 방금처럼 이야기한 건 오래 후였다.
처음엔 "유튜브에서 애니메이션 캐릭터로 돈 번다"는 말이 도저히 현실 같지 않았던 모양이다.
엄마는 아직도 "그게 직업이 돼?"라 묻지만, 이제는 누르지도 않고 '좋아요' 누른다.

덧붙이며

어쩌면 이 글도 나처럼 '애니 캐릭터’라는 가면으로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이야기하는 편지가 아닐까 싶다.

✔️ 내가 배운 것 하나:
‘진짜 나’는 내가 바로 보여줄 때보다, 오히려 ‘꾸며낸 나’를 통해 더 잘 전달된다.

✔️ 내가 겪은 사실 하나:
부끄러움도 능력이다. 내성적인 내가 만든 세계는 누구보다 따뜻한 공간이 되었고,
그게 누군가에게 길이 되기도 한다.

✔️ 그리고 언젠가 했던 농담 하나:
우리는 일에서 나를 분리하는 '세버런스(Severance)' 시대에 살고 있다.
그렇다면 나는 온라인에선 Mint, 오프라인에선 민트 안 든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마시는 그냥 사람일 뿐.

이상,
나처럼 튀기 싫은 사람이
튀는 캐릭터로 버텨내는 작은 직업 이야기였습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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