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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글로벌 자원 기업 M&A 루머에 대한 블로그 에세이이다.
루머가 왜 생기고, 왜 바로 잡혀야 하며, 누가 손해 보고 결국 누가 이익을 쥐게 되는가에 대해 이야기해보고자 한다.
이야기인 이유는, 이 거대한 딜 속에서도 결국 ‘사람’의 심리와 루머의 생리는 예나 지금이나 똑같다는 점 때문이다.
오늘의 사례는 유라시아 리소스 그룹(ERG)이다.
드라마보다 더 드라마 같은 M&A 루머
투자의 세계에서는, 뉴스보다 루머가 먼저 간다.
게다가 M&A 관련 루머는 파급력이 두 배, 아니 세 배는 된다.
이유는 간단하다. ‘인수설’이라는 말 한마디만으로도 기업의 가치는 5%, 10%, 심하면 이틀 만에 30%도 움직일 수 있기 때문이다.
최근 들어 업계에 등장한 주인공은, 카자흐스탄에 기반을 둔 세계적 원자재 생산업체 ‘ERG’였다.
한때 언론 보도에 따르면, 미국 쪽 투자자인 James Cameron(그 카메론 감독 말고 다른 사람이다)이 50억 달러 규모로 ERG 인수를 시도 중이라는 루머가 돌았고, 이 딜에는 Goldman Sachs까지 자문으로 거론됐다.
그런데 괜히 분위기가 ‘야, 이거 진짜인가?’ 하던 찰나.
ERG의 공식 발표가 있었다.
“그런 협상, 없었습니다.”
정리하자면,
✔ 인수설이 먼저 터짐
✔ 보도 확산
✔ ERG는 일축
✔ 투자자들은 혼란
이쯤에서 물어보자. ‘루머’는 왜 만들어질까?
이쯤 되면 슬슬 궁금해진다.
도대체 왜 이런 인수 루머는 끊임없이 생기는 걸까?
ERG와 같은 자원기업은 특히 더하다. 이유는 다음과 같다.
1. 자원 공급망 = 국가 안보급 이슈
구리, 알루미늄, 희토류 등은 단순 원자재가 아니다.
이건 곧 전략 자산이다.
최근 미국과 중국, 유럽이 반도체와 배터리, 그리고 방산 부분의 자원 확보전으로 치닫고 있다.
카자흐스탄은 희토류 잠재 자원이 2,000만 톤이 넘는다고 추정될 정도로 매물성 있는 나라다.
거기서 대규모 자원 확보 가능성이 있는 ERG라는 기업이 주목받는 건 당연한 일이다.
2. "딥포켓" 투자자들의 등장
이번 뉴스에서도 카메론은 자신의 자금 외에 미국, 호주, 중동의 자산가들과 자금을 조율 중이라고 했다.
돈 되는 자원이라면 국적은 중요하지 않다.
그리고 이런 거액 딜이 있다는 루머 하나만으로도 시장과 정부는 긴장하게 된다.
위기는 기회, 루머는 기획?
조금 더 솔직한 시선으로 보자.
이런 루머가 언론을 통해 흘러나오고, 이후 트레이더들과 투자자들이 관심을 가지게 되면?
그 자체로도 하나의 ‘기획’일 수 있다.
예를 들어,
- 인수를 진짜 생각 중인 쪽에서는 여론을 보는 시험 풍선이 된다.
- ERG 내부에서는 회사의 기업가치를 확인하는 셈이 된다.
- 혹은, 시장 흐름에 따라 내부 전략조정의 명분이 된다.
실제 사례가 있다.
2018년 한 국내 대기업 계열 건설사도 해외 자산을 팔다가, 루머와 언론보도로 시장 반응을 살핀 뒤, 가격을 재조정했다.
기획성 루머는 죄가 될 수 있지만…
현실은 그걸 ‘전략’이라고 부르는 사람들이 더 많다.
말 많은 사람들, 그러나 침묵이 답일 때
ERG의 대응은 명확했다.
“그런 협상 없습니다. 우리는 내부 성장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이런 식의 대응이 어찌 보면 가장 성숙하다.
사실 기업 입장에서는 ‘협의 중’이라는 말 한마디가 미치는 파장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그런 말 한 마디에 주가가 요동치고, 내부 직원들이 동요하고, 고객사와의 계약에도 영향이 간다.
그래서 공식 발표가 ‘아무 일도 없다’는 식이 되어도, 그 뒤에는 수많은 시나리오와 고민이 깔려있다.
개인적으로는 이번 ERG 사례에서 가장 강렬했던 문장은 이것이다.
“우리는 지속 가능하고 꾸준한 성장을 추구한다.”
이 말이, 루머 속에서도 흔들리지 않으려는 기업의 내공처럼 느껴졌다.
마무리하며 – 결국 루머의 본질은 '결핍의 상상'이다
루머는 언제나, 정보의 공백에서 시작된다.
투자자들은 정확한 진실보다, 더 많은 가능성에 귀 기울인다.
그리고 이 가능성이 언론의 기사로 포장되면, 루머는 사실처럼 행동한다.
ERG는 이번에 ‘잘 막았다’.
하지만 다음 번 또 누군가는, 이익을 위해 루머를 들고 나올 것이다.
투자자들에게 필요한 건 늘 경계심, 그리고 차분한 판단이다.
특히 거대한 자원기업이나 희소금속 기반 사업 같은 건, 그 이면의 지리, 정치, 자본 흐름까지 생각해야 싸움판을 읽을 수 있다.
마지막으로, 한 지인이 했던 말이 떠오른다.
“세상에서 가장 빠른 뉴스는 루머고, 가장 비싼 뉴스는 확인된 루머다.”
그 뉴스가 우리 기준에서 '거짓'이든 '사실'이든
어느 쪽에서도 손해 보지 않는 쪽이 가장 현명한 투자자가 아닐까.
📌 오늘의 교훈:
간혹 아무 일도 없는 게, 가장 좋은 뉴스일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