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르면 손해" 미국 주식 투자의 오해와 진실: 한국인의 시선에서 본 현실 에세이
요즘 해외 주식 투자 좀 해봤다는 사람들 사이에서 자주 등장하는 이름이 있다. 바로 "모틀리 풀(The Motley Fool)". 처음 들었을 땐, 뭔가 바보 같은 이름이라 이상했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 미국 월가의 꽤 명망 있는 리서치 기업이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주변에서 모틀리 풀 리포트를 보고 미국 주식 사겠다는 사람은 있어도, 진짜 돈을 번 사람은 잘 못 봤다.
오늘은 ‘미국 주식 투자’에 안달난 한국인들의 현실과, 그 중에서도 특히 모틀리 풀을 둘러싼 환상과 오해, 그리고 그것이 어떻게 우리의 투자 판단을 흐리게 만드는지 이야기해보려 한다.
# 부동산이 지겨워진 사람들의 새로운 도피처
근 몇 년간 대한민국에서는 '내 집 마련'을 놓쳐버린 이른바 '패닉 바이어'가 이슈였다. 그런데 2023년부터 기류가 미묘하게 바뀌었다. 금리가 오르자 부동산 시장은 다소 얼어붙었고, 사람들의 시선은 슬슬 다른 자산으로 돌리기 시작했다.
대표적인 대상이 미국 주식이었다. "더 이상 못 버티겠어"하며 부동산 대신 S&P 500을 정기예금처럼 들기 시작한 이들이 늘어났다.
그 중에서도 눈에 띄는 것은 모틀리 풀의 ‘가장 추천하는 주식 10개 리스트’를 받아보기 시작한 사람들이다. 마치 한때 선대인 소장 책을 들고 부동산 하락을 기다리던 서사와 너무도 비슷했다. 단 하나의 차이점이라면, 이번에는 믿음의 대상이 책이 아니라 뉴스레터 혹은 유료 리포트라는 것.
# 모틀리 풀 마니아 친구의 슬픈 수익률
내 친구 민호(가명)는 정말 성실한 애다. 매월 말일이면 미국 주식 포트폴리오를 엑셀로 정리하고, 다음달 모틀리 풀 추천 리스트를 보며 "이번에는 뭘 사야 할까…"를 고민한다.
그런 애가 2022년에 추천받았던 몇몇 회사들을 아직도 들고 있는데—대표적으로 텔라독(Teledoc Health), 로쿠(Roku), 펠로톤(Peloton)… 얘네들 주가 차트는 한눈에 보기에도 참담하다. 마치 2007년 미분양 아파트에 청약 넣고 10년간 못 빠져나왔던 내 사촌 누나의 비트윈 라이프를 보는 기분이다.
물론, 모틀리 풀이 항상 틀린다는 건 아니다. 애플, 아마존, 마이크로소프트 같은 주식을 아주 초창기에 추천했던 것도 사실이다. 한마디로 말하자면, 이들의 리서치는 '장기 보는 눈’은 있을 수 있다. 문제는… 우리가 그만큼 기다릴 수 있느냐는 거다.
# 정보는 많은데, 소화는 못 한다
모틀리 풀의 리포트를 처음 열어본 날을 기억한다. 제목은 거의 ‘극락의 문을 여는 열쇠’ 같은 분위기였다.
“Top 10 Stocks to Buy Now to Beat the Market!”
(지금 당장 시장을 이길 10가지 주식)
하지만 막상 내용을 읽어보면, 최신 리서치라고 하기에는 과거의 성공을 끌어와 현재를 설명하려 드는 경우가 많았다. 예를 들면, 이런 식이다.
“우리는 2002년에 넷플릭스를 추천했고, 그 주식이 무자비하게 올랐다는 걸 기억하죠? 그때도 사람들이 의심했지만, 우리 얘기를 들은 사람들은 웃고 있습니다.”
이쯤에서 드는 생각—
"그래서 지금, 무슨 주식을 사라고요?"
많은 한국 개인 투자자들이 영어 장벽을 넘고, 미국 주식 리서치를 들여다보지만, 안타깝게도 '영어로 된 번역된 희망'만 잔뜩 얻고 실제 투자에 유효한 결과를 얻지는 못하는 경우들이 많다.
# 후천적 테스형 vs 테슬라 키덜트
특히 테슬라의 경우, 모틀리 풀에서도 아주 오래 전부터 가장 강력하게 추천한 회사 중 하나다. 나도 테슬라에 대해 처음 알게 된 게 이 뉴스레터 덕분이었다.
하지만 주변 친구들은 둘로 갈렸다.
- 테슬라를 바이블처럼 숭상하는 '테스형 키덜트'
- 남들이 열광할 때 반대로 베팅하는 '후천적 가치주의자'
결과는? 2020년 테슬라에 롱포지션 잡은 친구는 10배 이상의 수익을 올렸고, 오히려 2022년 하반기에 테슬라 숏 잡은 친구(진짜로 있었다…)는 폰을 바꾸더니 연락도 뜸해졌다.
모틀리 풀은 분명 장기 투자에 적합하지만, 문제는 한국 개인 투자자들이 그렇게 긴 시간을 마음 편히 기다릴 수 없는 구조에 있다는 것이다.
# 투자조차도 문화가 만든다
미국과 한국의 투자 문화 차이는, 영끌 문화 하나만 봐도 극명하게 드러난다.
미국에서는 ‘시장 수익률을 이겨라’는 메시지가 금융 리터러시의 상식처럼 박혀 있고, 특정 주식을 사고 나면 5~10년은 묻어두는 게 흔한 일이지만…
한국에선 어떨까.
1년 안에 ‘내 인생을 바꿀’ 종목을 찾다가, 6개월 안에 깡통 차는 경우를 수없이 본다.
그래서 모틀리 풀이 아무리 좋아도, 그 ‘좋음’이 우리 투자자에게 어떻게 접목되어야 할지에 대해선 각자의 냉정한 판단이 꼭 필요하다.
# 마무리: 투자도 결국, 나를 잘 아는 싸움이다
내가 모틀리 풀을 비판하고 싶은 건 아니다. 오히려 잘 된 서비스를 보고 우리는 무엇을 배워야 할지를 이야기하고 싶다.
- ‘좋은 기업’에 ‘장기 투자’하며 ‘복리’를 노리는 방식
- ‘정보’가 넘치는 시장에서 ‘본질’을 놓치지 않는 집중력
- 그리고 무엇보다 ‘스스로의 성향’을 이해하는 겸손함
좋은 정보를 '어떻게 내 것으로 흡수하느냐'는 문제는, 결국 투자 수익보다 더 중요하다.
이 글을 읽는 여러분, 혹시 모틀리 풀 뉴스레터를 구독하고 있다면—
그것이 ‘희망의 쿠폰’이 아니라 ‘현실을 다룰 근육’을 기르는 도구가 되길 바란다.
📌 그리고 다시 한번 상기하자.
투자는 타이밍이 아니라, 본인 성향에 대한 이해에서 출발한다.
그리고… 모틀리 풀도 결국 ‘미국판 선대인’일 수 있다. (좋은 의미로든, 나쁜 의미로든)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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