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글은 블로그 스타일의 에세이입니다.
❍ 이 블로그는 부의 사다리와 투자 심리에 대한 단상을 정리한 글입니다.
❍ 무거운 통계나 논문 인용은 없습니다. 오히려, 요즘 밥값보다 중요한 주식값 이야기 위주입니다.
구두로만 주식하던 형님, 20년 늦게 진입한 친구
언젠가부터 주식 이야기는 술자리의 설렘이 아니라, 문자 그대로의 '숫자'가 되었고, 그 숫자가 가지는 현실감은 매우 난처하다.
내 주변만 해도 주식 투자의 갈림길에서 세 부류로 크게 나뉘었다. 이건 그냥 체감상이다. 금융 자산 데이터가 아니라, 모여서 돼지고기 구워먹다 나온 얘기들이고.
1. 형님들은 말 뿐이다
술에 취하면 목소리가 커진다. 주식 이야기만 나오면 더 크다.
“야! 내가 10년 전에 애플 들어갔으면 지금 뭐가 됐겠냐?”
“야, 너 알지? 네이버 상장할 때 내가 들어간다는 걸 얼마나 말렸냐! 근데 말야… 내가 안 샀지…”
그런데, 웃긴 건 형님은 실제로 증권계좌를 만들어본 적이 없다.
심지어 어떤 형은 ETF를 펀드랑 헷갈린다. 아직도 적립식 펀드를 매월 30만 원씩 꾸준히 넣는다고 하면서 자신이 "주식 분산투자 중"이라고 말한다.
이 형님들, 실제로 돈을 벌 생각은 거의 없다. 그냥 인생이 고단하고, 주식은 터지지 않은 로또 같다는 믿음은 있다. 그리고, 그 믿음을 방 안 가득한 담배 연기 속에서 얘기하고는 다음 날 잊는다.
참고로, 이 중 한 명은 “지금은 좀 늦었겠지…?”라며 삼성전자 1주를 샀다. 2023년 코스피 2,200대일 때였다. 그건 잘했다.
2. ‘20년 늦게’ 시작한 실천적 친구
반면, 새삼스러울 정도로 뒤늦게 눈뜬 친구가 있다. 이름은 A라고 하자.
이 친구는 2023년이 되어서야 마치 신흥종교에 귀의하듯, 뜬금없이 주식 투자를 공부하기 시작했다. 이유가 골때린다. 부모님이 퇴직하시고 나서 가만히 보니, 연금 외에는 변변한 자산도 없고, 그마저도 아버지의 퇴직금도 예적금에만 묶여 있었단다.
그런데, 그걸 A가 직접 관리해야 하는 상황이 된 것이다.
“야, 이거 은행 이자율 3%인데, 우리 집 미래 설계 망한 거 아냐?”
투자에 대해 전혀 몰랐던 A는 그때부터 밤마다 유튜브를 보기 시작했다.
누구나 그렇듯, 첫 문은 슈카였다. 그다음엔 ETF, 그다음에는 배당주, 그러다 결국 성장주와 AI.
그렇게 A는 네이버, 삼성 SDI, SK하이닉스, FANG+ ETF 등으로 포트폴리오를 채웠고, 아직도 해가 중천일 땐 나스닥 상황 체크하느라 미친다.
애초에 재테크가 목표가 아니었던 이 친구는, 내 생각엔 현재 가장 '건강한 투자자'다. 왜냐고? 내 돈이 아닌 내 부모의 노후자산을 굴리는 사람이기 때문에, 절대 단타는 못 치거든.
3. C는 크래머를 봤다
그런데, 얼마 전 야후 파이낸스 뉴스에 한 커뮤니티 글이 퍼지면서, 그걸 보고 C라는 친구가 흥분했다.
바로, 미국의 '경제개그 천재' 짐 크래머(Jim Cramer)가 이런 말을 한 것이다.
“주식 시장은 부자들만의 리그가 아니다. 지금 미국인의 60% 이상은 주식에 직간접 노출돼 있고, 70밀리언이 401K를 들고 있다.”
이 말에 C는 무릎을 쳤다.
“야! 우리도 결국 주식 안 하면 은퇴할 수 없단 거잖아!”
그날부터 C는 그 유명한 크래머의 ‘Mad Money’를 정주행하더라. 근데 진짜 황당한 건 뭐냐.
며칠 후, 그 친구는 ‘그 크래머가 추천해서 샀다며’ 듀폰(DuPont, 티커: DD)을 샀다. 화학 회사다.
그런데… 그 주식이 그 다음 주에 -8%나 빠졌다.
웃기지만, C는 이 말도 했다.
“야, 떨어질 땐 사야 돼. 이게 바로 가치투자야.”
순식간에 벤자민 그레이엄까지 머릿속에 소환했다.
요즘 C는 중국 리스크와 VSF 생산설비 공급과잉까지 공부하고 있다. 본인이 말하길 “이게 바로 글로벌 투자자 마인드”란다.
4. 대부분은 주식 얘기를 듣기만 한다
하지만, 결국 깊이 들어가지도 않고, 움직이지도 않는 사람도 많다.
“야, 미국 주식은 세금 너무 많잖아.”
“배당주는 노인네들이 하는 거 아니야?”
“AI 투자 너무 늦은 거 아니야? 작년에 엔비디아 못 산 거면 끝난 거지.”
이런 말들을 하는 사람들은 많지만, 이들의 대표적 특징은 “투자를 안 한다는 걸 정당화하는 말”만 늘어난다는 것이다.
어느 날, 이런 사람 중 한 명에게 물어봤다. "그럼, 지금은 뭘 하고 있어?"
그는 이렇게 말했다. “일단 예적금… 그리고 요즘은 춘천에 땅 관심 생겨서 유튜브 좀 보고 있어.”
그 얘길 듣다 보니,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그들에겐 '움직이지 않는 것이 디폴트'고, 누군가 움직이고 있으면 그게 틀렸다고 말하고 싶은 거다.
후속편을 예고하며
결국 세상은 구조적으로 ‘행동한 사람’과 ‘생각만 한 사람’으로 나뉘는 것 같다.
돈이 문제라기보다, 참여하지 않고도 비판할 수 있다고 착각하는 구조 자체가 문제고.
그리고 내가 본 대부분의 후회는, 타이밍 이슈가 아닌… '그때는 그냥 안 했다'는 것이다.
다음 편에서는 '후회하지 않기 위한 3가지 투자 제도권 입문법'에 대해 정리해 보려고 한다.
✔ ETF가 답일까?
✔ IRP는 주식인가 연금인가?
✔ 미국 배당주 사려면 꼭 달러를 바꿔야 할까?
그럼, 다음 글에서.
⟪ 투자든 연애든, 나서는 자가 갖는다 ⟫
⟪ 돈은 남의 얘기처럼 하고, 남 얘기는 돈처럼 한다 ⟫
— Fin-Blogger J.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