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직의 전장에 선 중간관리자, 전투보다 복잡한 생존 전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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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중간 관리자의 전쟁
  2. 총보다 복잡한 질문들
  3. 군대판 브레인스토밍
  4. 도구함은 많은데, 사용법이 문제
  5. 멀티도메인 현실 적응기
  6. “싸우기 전에 생각하라”는 말, 애매하지만 진리

🪖 이것은 ‘병맛아닌’ 전쟁 시뮬레이션 에세이다.
왜 에세이냐고?
회사 다니며 겪은 중간관리자의 회의실 생존기와 그 맥이 닿아있기 때문이다.
전선은 달라도 ‘눈치싸움’과 ‘도구의 함정’은 어느 조직이나 있더라.
최근 미국 해병대에서 진행된 연합 시뮬레이션 훈련을 보면,
전쟁이 꼭 '총만 잘 쏘면 되는 게임은 아니다'라는 걸 보여준다.

1. 중간 관리자의 전쟁

요즘 미 해병대 중간급 장교들은 단순히 총을 쏘는 싸움꾼이 아니다.
그들은 '전체 그림을 보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

👉 Quantico 해병대 사관학교에서 열린 2주짜리 시뮬레이션 전쟁 실습.
단순한 교관의 강의가 아니라, 각국 연합 장교들과 머리를 싸매고 '상황판'을 보며 전략을 짰다.
북한도 아니고 중국도 아닌, '가상의 태평양 국가'를 공격 중이라는 설정.
근데 중요한 건, 적을 어떻게 죽이냐가 아니라…

“내가 지금 뭘 모르고 있는가”

이걸 먼저 묻도록 설계된 훈련이었다.
회사 회의 때 '이번 분기 지표가 왜 이리 나왔죠?' 라는 질문과 딱 같다.

2. 총보다 복잡한 질문들

연습 중 한 마린이 이런 질문을 던졌다고 한다.

🗨 “우리, DIME 전부 이해하고 있는 거 맞죠?”

DIME? 뭐지 싶겠지만 아주 중요하다.
Diplomatic, Information, Military, Economic.
즉, 무조건 총든 거인처럼 싸울 게 아니라,
외교, 정보, 경제적 수단 등을 총체적으로 본다는 개념.

이건 우리 조직에서도 유효한 메타포다.
프리젠테이션만 잘하는 A팀, 숫자만 늘어놓는 B팀, 실행력만 말하는 C팀.
각 팀이 하나의 '부서'가 아닌 '전투 도메인'으로 작동해야 하는 거랑 비슷하다.

3. 군대판 브레인스토밍

생각해보자.
회사에서 신입사원은 일 잘하면 되지만,
대리, 과장급이 되면 '부서 간 조율'이라는 걸 배우기 시작한다.

해병대도 마찬가지다.
이들 중간급 장교는 '지상군 지휘'만 알면 안 된다.
사이버전은 어떻게 흘러가는지, 특수부대는 어떤 방식의 지원이 필요한지,
우주군(?)이나 해군의 통신기술이 나의 임무에 어떤 의미인지 알아야 하는 시대.

이걸 알기 위한 실습이 바로
💻 디지털 전쟁 시뮬레이션 '디지캣(Digicat)'이다.

이 프로그램은 단순히 전투기 버튼 눌러서 미사일 발사하는 게 아니다.
내가 A를 쏘면, 상대는 B로 반응할 텐데, 그러면 C 전선은 어떻게 망가지나?
이런 복잡한 계산을 통해 장교들에게 ‘가짜 패배’를 주기 위한 설계다.
우리가 마케팅으로 고객 하나 잡는 데 KPI 맞춰 머리 싸매는 거랑 비슷.

4. 도구함은 많은데, 사용법이 문제

이 훈련의 핵심은 단 하나다.
💡 “도구는 많다. 문제는, 그 도구의 쓰임을 아느냐, 모르는가다.”

많은 장교가 특정 분야만 알고 있었다.
예: 헬기 조종사는 정비·정찰은 알지만,
‘사이버 공격 대응’ 같은 건 생전 처음 듣는 개념.

이건 회사에서도 종종 보인다.
10년차 개발자인데, 동료 PM 입장에서의 우선순위를 몰라 프로젝트가 깨지고 마는 식.
실력자는 많지만, ‘전장을 통합해서 보는 눈’은 소수만 가진다.
그리고 그 '통합의 눈'이 부자가 되느냐, 회사에서 살아남느냐의 관건이다.

5. 멀티도메인 현실 적응기

지금 미국은 '멀티도메인'을 표준으로 삼고 있다.
육해공만이 아니라 사이버·우주까지도 ‘군사 도메인’으로 삼는다.
예전엔 상상도 못할 이야기였지만,

📌 해군의 함선에 우주군이 사이버 방어
📌 공군의 드론이 지상군의 실시간 영상을 전송
📌 해병대 소령이 적국의 SNS 정보 조작을 분석

이게 이제 전투의 현실이다.
그리고 이 현실은, 어느 스타트업, 대기업, 관공서 구성원의 일상과도 아주 닮았다.

6. “싸우기 전에 생각하라”는 말, 애매하지만 진리

이 전투훈련의 총책임자였던 Matthew Tracy 장군은 이렇게 말했다.

🗨 “우리는 서로를 더 큰 스케일로 사냥하는 법을 훈련 중이다.”

적을 죽이기보다
'태평양이라는 스테이지'를 어떻게 이해하느냐,
'정보'라는 무기를 어떻게 재배치하느냐,
이 싸움에 더 많은 시간을 썼다는 것이다.

회사에서 10억짜리 프로젝트를 실패 없이 완수하려면
‘이 기능 만들자’가 아니라
‘고객은 왜 아직 우리 서비스에 카드 등록을 안 하는가?’
부터 짚고 들어가야 하는 것처럼.


🧠 결론

중간급 장교 = 조직의 허리 = 일도 해야 하고 조율도 해야 하는 사람들.
하지만 과거에는 '명령을 받는 사람'이었기에, 스스로 생각하고 설계하는 훈련은 부족했을 수밖에 없다.
이제는 그 허리가 ‘전장 전체’를 이해해야만 한다.

조직에서 당신이 그런 허리라면, 지금이라도 생각해보자.
우리가 가진 모든 도구(DIME), 잘 사용하고 있는가?
혹시 ‘총만 들고 달리는 병사’처럼
나머지 도구들을 놓치고 있지는 않은지 말이다.

🔍 다음 회 예고:
"디지캣이 한국 회사에 도입된다면 생길 일들"
(정시퇴근은 불가능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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