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황을 견딘다고 수익이 되진 않는다: 소비재 주식, 특히 크로거를 다시 생각해봐야 할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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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것은 소비재 투자에 관한 하나의 에세이다.
  • '불황에 강한 주식'이라는 미신
  • 마트 주식의 양면성
  • 크로거(Kroger)의 현실과 환상
  • 우리가 놓치고 있는 것들
  • 마무리하며: 고요한 파도 직전에 있는 것

이것은 소비재 투자에 관한 하나의 에세이다.

에세이라 일컫는 이유는 단 하나.
지금도 왁자하게 돌고 있는 투자 커뮤니티, 술자리 대화, 카톡방의 말들을 바탕으로 풀어내기 때문이다.

월급도 고정, 식료품도 고정, 그럼 주식도 고정이 되어야 하지 않느냐고,
그래서, 여러분은 오늘도 '더 내려도 이상하지 않을 가격'에 식음료 주식을 보관 중이시다.

특히, 최근 많이 회자되는 종목 중 하나는 미국의 대표 소비재 기업 크로거(Kroger).
“불황에도 장은 본다”는 말처럼, 위기가 오면 짐을 싸는 대신 주식을 산다는 투자자들이
크로거 같은 마트 체인 주식에 기대를 걸고 있는 듯하다.

그런데 나는 여기에 조금 다른 시각을 보태고 싶다.


'불황에 강한 주식'이라는 미신

소위 말하는 ‘리세션 방어주’를 여러분은 한 번쯤 들어봤을 것이다.
햄버거, 우유, 화장지, 세제…
이런 것들은 경제 위기 와중에도 안 팔릴 수 없다는 논리.

맞다. 소비재는 일상에서 빠질 수 없다.
그런데 주가도 안 빠질 수 있을까?

위기의 때 가격이 동결되면, 이익은 어디서 오르는가?
마진은 어디서 늘어나는가?

이건 마치 이자 안 주는 예금 상품을 고정금리라고 믿는 것과 비슷하다.

예를 들어보자.
미국 대형마트 체인 중 하나인 크로거(Kroger)는 최근 미국 월가에서 ‘불황 방어용으로 적절한 주식’이라는 수식어를 달고 기사에 등장했다.
⚠️ 하지만 BofA의 애널리스트조차 “매출보다 비용이 더 위험하다”고 했다.

그도 그럴 것이, 운송비, 원가, 인건비는 고공상승인데, 미국 가계는 가격 인상을 받아들일 여력이 없다.
결과적으로, 크로거 같은 기업은 “가격은 그대로”라는 광고 카피를 날리면서도 속에선 마진이 쭈욱쭈욱 깎이고 있는 중이다.


마트 주식의 양면성

내 친구 J는 이른바 미국 주식파다.
올해 초부터 “미국서도 한국처럼 장바구니 물가가 미쳤다”며 소비재 기업에 대한 투자 가능성을 엄청나게 논했다.
“우리가 못 살아도 장은 본다”
이 말에 딱 어울리는 포트폴리오라며 크로거(KR)를 매수.

그런데 문제는 이거다.
사람들이 당연하게 생각하는 ‘소비’가 매출로 이어지는 계좌 총액이 되기 어려울 수도 있다는 것.

왜냐고?
사람은 위기 속에서 비용 최소화의 달인이 된다.

마트는 간다,
하지만 빠르게 장을 보고, 세일 상품만 담는다.
1% 할인되는 앱 쿠폰을 쓴다.
자체 할인 상품군을 집중적으로 고른다.

Kroger는 그걸 알고, ‘Smart Way’, ‘Simple Truth’ 같은 PB 브랜드를 운영한다.

좋다. 여기까지는 마진을 지키는 방식이다.
문제는 여기가 끝이 아니라는 것.
Tariff(관세), 인건비, 물류비—모두가 올라가는 상황이기에 ‘가격 안 올리고 버티는 전략’은 결국 장기적으론 희생을 요구한다.


크로거(Kroger)의 현실과 환상

크로거는 분명, 규모의 경제를 가진 전통 강자다.
미국 35개 주에 2700개 가까운 매장을 운영하고 있으며, 최근 디지털 판매 성장률 11%, 동일 점포 매출 2.4% 성장 같은 실적도 보였다.

꽤 괜찮다.

그런데 이 숫자만 보면 마치 지금이 ‘기회의 땅’인 것처럼 보일 수 있다.
주식 커뮤니티에는 이 글도 돌고 있다.
🛒 “크로거, 2025까지 연 11% 수익 환상 실현 가능?”

하지만 내 눈엔 다르게 보였다.

‘앞으로 괜찮아 보이는 것’과 ‘현재 괜찮은 것’은 전혀 다른 문제다.
크로거는 지금 현실적으로 ‘추가 마진을 만들 공간’에 도달했는지 의문이다.
PB 브랜드 확대, 물류 최적화, 온오프라인 병행 성장 등—이제는 누구나 아는 방식을 반복하고 있다.

거기에 투자자들이 기대하는 ‘디버전스’가 없다.
그저 안정적인 길.
하지만 안정은 변동장에서는 아주 약하다.
특히, 시장이 1% 빠질 때, 크로거가 0.5% 빠진다면, 그것이 방어라고 말할 수 있을까?
결국 빠지긴 빠진다.


우리가 놓치고 있는 것들

Kroger는 리세션에도 버틴다.
하지만 버틴다고 해서, 오른다는 건 아니다.
즉, 크로거를 사는 건 보수적인 투자지, 공격적인 대응이 아니다.
내 친구 J는 지금도 수익률 -2.7% 상태로 말한다.

“그래도 불황 땐 올라가지 않을까?”
그건 불황이 와야 아는 일이다.

그런데 지금 미국 경제가 닥친 건
진짜 리세션일 수도,
그저 성장률 하락일 수도 있다.

우리가 보험을 사되,
그 보험이 바로 수익을 주지 않음에 불평할 순 없다.
소비재 덕에 잠은 편하게 주무실지 몰라도,
꿈은 다르게 꿔야 한다.


마무리하며: 고요한 파도 직전에 있는 것

크로거에 투자한 사람, 혹은 소비재 주식 전반을 고른 사람들에게 묻고 싶다.

우리는 정말 ‘식료품이 필요할 것이다’라는 당연한 명제로 ‘좋은 수익을 낼 수 있다’는 결론까지 가는가?
마트에서 장을 보는 건 생존의 기술이다.

하지만 마트 주식을 고르는 건, 살아남기 위해서가 아니라
이익을 만들기 위한 투자다.

그 사이엔, 아주 조용한, 얇은 선이 있다.
많은 사람은 지금 그 선에 발끝을 걸치고 있다.
질문은 단 하나다.

💬 "지금, 당신은 안전하게 버티려고 투자하고 있는가?
아니면 조금이라도 넘어서려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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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 대한민국 블로그 외길 10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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