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차 바로가기
이 글은 IT 업계에 발을 담그거나, 테크 재벌의 일상을 궁금해하는 사람을 위한 ‘관전기’다.
최첨단 기술과 돈 냄새가 뒤섞인 사적인 비극 사이에서 생겨난 한 조각 기록.
대단히 무거운 이야기는 아니나, 한 가지는 분명하다.
우리가 모르는 이야기에는 언제나 ‘돈’과 ‘사람’이 존재한다.
구글 창업자의 섬, 그리고 추락한 비행기
어느 날 저녁, 지인이 건넨 말 한 마디.
“서지 브린(Sergey Brin)이 개인 섬에 간다고 전용기 타다가 사고 낸 건 알고 있었어?”
처음엔 믿지 않았다.
최첨단 테크계의 귀공자로 알려진 그가, 영화에서 나올 법한 추락 사고의 주인공이라니.
하지만 ‘서지 브린’이라는 이름을 검색하는 순간, 나는 또 하나의 ‘그들만의 세계’를 보게 되었다.
테크 재벌의 지극히 사적인 이동 수단
사건은 2023년 5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서지 브린, 구글의 공동 창업자이자 억만장자.
그는 한 비행기를 통해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본인의 사유 섬이 위치한 피지까지 이동하려 했다.
그런데 그 비행기가,
이륙 후 30마일을 가지 못하고 태평양 한가운데 추락한 것이다.
두 명의 베테랑 조종사, 딘 러시펠트와 랜스 맥클린은 사망했다.
비행기의 연료탱크 ‘블래더’에 문제가 있었고, 체크리스트도 제대로 사용되지 않았다고 한다.
한마디로, 전적으로 ‘사람의 실수’였다.
비행기 유류 시스템을 기억에 의존해 조립했다는 이야기.
억만장자의 가정용 항공기를 점검하면서 말이다.
그쯤 되니 머릿속을 스치는 사람이 있었다.
내 후배 중 하나, 비행기 정비사 자격증을 따며 말하곤 했던 리뷰.
“항공은 실수가 아니라 과정이 만들어낸 대형 사고야.”
말하자면, 거대한 프로세스의 구멍에 희생양이 생긴 셈이다.
브린의 사무실, 베이쇼어 그리고 ‘보이지 않는 손’
사고 이후 고인의 유가족은 소송을 제기했다.
피고는 단순히 브린 개인이 아니다.
브린의 가족 자산을 관리하는 ‘Bayshore Global’,
그리고 이 비행기를 관리하던 ‘Seafly’라는 법인.
심지어 구글 본사도 한때 피고로 포함됐다가, 이후 이름은 빠진다.
(개인적 추정이긴 하지만: 기업 PR팀의 유능한 위기관리 능력이 개입한 걸지도.)
이쯤 되면 영화 <서칭 포 슈거맨>에 나오는 멘트가 생각난다.
“그는 한동안 사라졌고, 존재했지만, 존재하지 않았다.”
브린의 사적 영역, 비공개 자산, 가족 사무실이라는 ‘불투명한 시스템’ 앞에
남겨진 건 유가족과 사망 증명서뿐이다.
지극히 ‘사적인 죽음’에, ‘공적인 책임’은 흐릿해진다.
전세계를 한 손에, 기준은 체크리스트
한국에서도 비슷한 이야기는 반복된다.
돈 많은 사람들의 실패는 ‘뉴스’가 되지 않는 경향이 있고,
그들의 일상에 삽입된 실수는 지극히 은밀하다.
하지만 이 비행기사건은 뭔가 달랐다.
성공한 창업자가 비상식적 소비를 한 것도 아니다.
섬을 소유하고, 가족과 조용히 시간을 보내려던 찰나였다.
단지 시스템이 무너졌고 사람의 실수가 있었고,
그 누군가는 ‘메모 대신 체크리스트를 들었다면 살았을’ 일이었다.
관련 기술을 공부 중인 한 지인은 이 사고 후 이렇게 말했다.
“우리는 항상 시스템만 말하지만, 시스템을 지키는 사람은 결국 ‘기억력’이 아닌 ‘절차’를 따라야 해요. 이건 비단 비행기만의 문제가 아니라, 모든 산업이 가져야 할 기본 태도죠.”
테크 재벌의 금고는 조용히 닫히고, 유족은 조용히 눈물을 흘린다
서지 브린은 별다른 공식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소송은 합의로 마무리되었고,
파일링 문서에는 ‘조만간 마무리될 예정’이라는 언급만 있었다.
유가족 측 변호사 역시 ‘기밀 유지’를 언급하며 말을 아꼈다.
사람은 죽고,
재산은 유지되고,
절차는 내부에서 조용히 ‘닫혔다’.
무슨 의미일까?
단순 비극이 아니다.
우리는 오늘도 익히 알고 있는 그 사람의 ‘모르는 세계’를 목도하고 있다.
사적인 비극 앞에서, 우리는 무엇을 배울 수 있을까
이 사건이 우리 일상과 어떤 연관이 있을까?
비행기를 탈 일도, 사유 섬을 살 일도 없는데 말이다.
하지만 그렇기에 오히려 중요한 교훈이 있다.
부와 권력, 시스템과 관리.
모든 것은 ‘사람’에 의해 작동하고,
그 안의 작은 실수 하나가 거대한 추락을 만든다.
그리고 그 실수는,
‘이게 맞겠지’라는 기억에서 출발한다.
부자는 데이터를 쓰지 않는다.
감각과 기억으로 움직인다.
하지만 생명은, 데이터 위에서 지켜져야 한다.
다시 묻는다. 당신의 오늘을 움직이는 기준은 무엇인가?
감각인가, 시스템인가, 아니면… 그냥 운?
🛫
덧붙임 – 이 글은 브린의 재산이나 책임, 혹은 구글의 잘잘못을 판단하려는 목적이 아니다.
다만 당신과 내가 ‘하루의 체크리스트’를 얼마나 무시하고 사는지 돌아보게 해줄 뿐이다.
마치 고치지 않은 작은 오류가 언젠가 우리의 일상도 추락하게 만들지는 않을까 하는 질문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