놓쳐버린 기회와 불확실성의 경제학: 호텔 산업으로 읽는 재테크의 본질

인프라, 호텔, 그리고 놓쳐버린 기회들에 대한 사적 보고서

이 에세이는 언뜻 “호텔 산업”에 대한 이야기처럼 보입니다.
하지만 천천히 들여다보면, 이건 “어느 한 산업이 외생 변수와 어떻게 불확실성의 파고를 넘는가”에 대한 이야기이기도 하고,
"잡을 수 있었던 기회를 누가 어떻게 흘려보냈는가"에 대한 이야기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결국 개인 투자자에게도,
하루는 모텔 하루는 호텔 같은 내 마음속 재테크 불안을 파헤쳐 보는 데 도움이 되리라 생각합니다.


📌 목차 바로 가기

  1. 반복되는 부침, 줄어든 반등
  2. 윈덤 CEO의 장밋빛 미래와 그 그림자
  3. 인프라 기대감 = 부동산 상승 논리?
  4. 호텔 산업이 우리에게 주는 재테크 비유
  5. 전세투자자, 항상 외주를 탓했다

# 반복되는 부침, 줄어든 반등

요즘과 같은 분위기에서 호텔 실적은 분위기계를 대신할 수 있다.
미국 최대의 호텔 프랜차이즈 중 하나인 윈덤(Wyndham)은
"성장률을 줄이겠다"고 선언했다.

왜냐고?
“3월 실적이 생각보다 너무 안 나왔다”는 말 한 줄로 요약이 가능하다.
RevPAR, 즉 ‘판매 가능한 객실 수 대비 수익률’이 1년 전보다 고작 0.6% 올랐지만,
회사에서는 "이 정도로는 안 된다"며 바로 실망을 표명했다.

물론 4월 마지막 주에는 반등했다고 한다.
점프폭이 400bp라는데, 숫자만 보면 놀랍다.
그러나 ‘이번에도 그저 단기 반사이익’일 뿐이라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 윈덤 CEO의 장밋빛 미래와 그 그림자

호텔 이야기에서 갑자기 등장한 건 ‘트럼프 행정부의 인프라 투자’.

윈덤 CEO는 이를 두고 이렇게 표현했다.
“Big, beautiful highways. Big beautiful bridges.”
정말 트럼프식 어휘다.

이 말들은 단순히 회의석상에서의 수사를 넘어
호텔 산업이 ‘차가 이동해야 장사되는’ 사업 구조임을 잘 보여준다.
도로와 공항, 항만이 다시 활기를 띠면
호텔 예약도 늘어난다.
출장, 여행, 물류 모두가 되살아나기 때문이다.

즉, 윈덤은 향후 8년간 인프라 투자로 약 3조 원($3B)의 수익을 낼 수 있다고 예측한다.
그런데 말이다.

그림자도 있다.
만약 투자 펀드가 제때 집행되지 않는다면?
RevPAR이 꺾일 수 있고,
그 여파는 고스란히 상장시장에 반영된다. 예측은 곧 실적 손상으로 이어지는 것.

Truist라는 기관은 '경기침체 시나리오'까지 시뮬레이션했다.
“하반기 RevPAR이 5% 하락하면?”
→ EBITDA 3,400만 달러 증발 예상.


# 인프라 기대감 = 부동산 상승 논리?

개인적으로 이 구간에서 무릎을 쳤다.
"인프라 투자는 호텔 전망을 띄우고,
부동산 개발자는 그걸 보고 땅값을 뛴다."

이건 어딘가 익숙하지 않은가?
과거 수도권 경전철이나 GTX 호재에 ‘아주 잠깐’ 들떴던
한 동네의 부동산.
“이제 곧 고속철이 들어옵니다!”라는 현수막만 건물 외벽에 붙어도
거래가는 펑펑 솟았다.

하지만 예상만큼 빠르게 사업이 안 되거나,
예산이 늦어지면?
그 동네는 오히려 상승 사이클에서 소외됐다.
예측 가능한 호재는 리스크 없을 것 같지만,
예상보다 너무 멀면 오히려 족쇄가 된다.

윈덤의 사업계획도 마찬가지다.
8년 이내에 3조 수익이라지만,
그 사이 2년만 수요가 줄어도
시장의 신뢰는 무너진다.

단기와 장기가 충돌할 때,
우린 어느 길을 택해야 할까?


# 호텔 산업이 우리에게 주는 재테크 비유

호텔의 RevPAR – Revenue per Available Room.
개인 재테크로 치면 이런 거다.

“갖고 있는 자산이 얼만큼 수익을 잘 내고 있느냐”
예컨대,
서울 변두리에 소형 아파트 전세를 놓아두고
수익률이 연 2.5%라면?
이른바 ‘죽은 현금 흐름’이다.

자산 가치는 있는데, 쓰이진 않는다.
이건 호텔 입장에서 ‘빈 방의 누적’과 같고,
개인 투자로 치면 ‘기회비용의 벌금형 집행’이다.

윈덤은 그래서 새로운 프로토타입 브랜드를 만들면서,
"가구와 집기는 미국산으로만 짤 것"이라 선언했다.
즉, ‘현지 조달 + 유연한 공급망’ –
개인으로 따지면 이건
“국산 중소형 종목 + 분산 투자” 느낌이다.

안정적이고 충격에 강한 전략.
하지만 수익률 한계는 명확하다.
결국 호텔이건 개인이건,
"불황기에도 살아남음"이 중요한 것이다.


# 전세투자자, 항상 외주를 탓했다

더 재밌는 건, 이 구조 속 투자자들의 반응.
호텔 수익률이 낮다니까,
"정부 때문이다",
"수요가 줄었다",
"구조적인 문제가 있다"
이런 얘기만 한다.

어디서 많이 들어보지 않았는가?
“정부가 규제만 안 했어도…”
“금리만 아니었음, 전셋집 팔고 내가 입주했지…”
“솔직히 내가 틀린 게 아냐, 타이밍이 안 맞았던 거지.”

마치 서울 중심부에 전셋집 하나 있는
후천적 강남주민이
“강남 집값이 너무 비싸져서 못 샀다”는 말과 닮았다.

호텔 CEO든, 우리 동네 사모님이든
요지는 이렇다.
“내 잘못은 없다. 세상이 이상한 거다.”

물론 어느 정도 맞는 말이다.
투자라는 건 운칠기삼이니까.
하지만 아무것도 안 하는 동안
기회는 사라진다.
RevPAR이 0.6% 증가할 때,
누군가는 리뉴얼해서 6%를 찍는 것이다.


마무리: 숙박업과 부동산, 그리고 타이밍

∞ 수요는 돌아온다.
∞ 그러나 타이밍은 다시 오지 않는다.

윈덤은 올해 15,000개의 새 객실을 열었다고 자랑했다.
그런데 소비자들은 여전히 조심스럽고,
국내 여행보다 해외여행에 더 관심을 쏟는 모습이다.

아파트도 마찬가지다.
좋은 입지의 새 단지가 나오면
희망은 있지만,
대출이 부담되고 타이밍이 안 맞으면
찜만 걸어두고 사라진다.

호텔은 비교적 덜 감정적이다.
그래서 숫자에 반응하고,
리모델링하고,
타산적으로 움직인다.

우리도 이제
“강남 전세니까 무조건 안전하다”는
추억 속의 서사에서
한 걸음 더 떼야 할 때다.

실수요도, 투자도, 결국 숫자 싸움이고
타이밍 게임
커튼을 치든, 키를 쥐든
‘방’을 먼저 잡아야 손님을 받지 않겠는가.


📌 다음 글 예고:
다음 포스팅에서는
‘후천적 강남주민은 왜 강남 집을 못 사는가?’
심리적, 물리적 이유를 파헤쳐 볼 예정입니다.

댓글이나 공감은 글의 방향에 큰 참고가 됩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

댓글 달기

이메일 주소는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필드는 *로 표시됩니다

위로 스크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