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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은 재테크 관련 단상이다.
정확히 말하면, ‘내 돈이 들어가진 않았지만, 남 일은 흥미로운’ 그런 이야기다.
RF 캐피탈과 스프라우츠의 이야기였지만,
결국 우리 모두의 투자 성향을 말해 주는 단편적인 이야기이기도 하다.
📌 오늘 이야기의 핵심은 이거다.
장기 수익 vs. 단기 꿈
투자자들은 언제나 둘 사이를 오간다.
긴 안목으로 우량한 기업에 꾸준히 투자하는 사람도 있고,
짧은 기간 안에 'N배 수익'을 노리는 사람도 있다.
이번 RF Capital Management의 투자 사례는 앞선 쪽—바로 ‘장기 우량’의 교과서 같은 케이스다.
“우리는 아직도 들고 있다”
RF 캐피탈 매니지먼트는 2025년 1분기 기준, 스프라우츠 파머스 마켓(SFM)을 여전히 포트폴리오에 안고 있었다.
SFM은 미국의 건강식품 전문 유통업체다.
‘월마트+코스트코+유기농 음식 덕질’이 결합된 느낌이라고 해야 할까.
기업 실적도 나쁘지 않았다.
2025년 1분기에는
- 매출: 전년 대비 18.7% 증가
- 동일점포 성장률: 11.7%
- 희석주당순이익(EPS): 61.6% 증가
를 기록했다.
좋은 기업이고 가치도 올랐고 수익도 냈다. 그런데도…
“그런데 왜 안 팔죠?”라고 묻는 사람들
내 주변에도 있다.
‘왜 이걸 아직도 들고 있는지’를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으로 보는 친구들.
그 친구들은 보통 이런 부류다.
1. 치킨집 사장님들형 투자자
주식은 결국 ‘치킨 게임’이라고 믿는 부류다.
닭값 오르내리면 바로 사고팔고, 단타로 수익 챙기면 만족한다.
이들은 SFM 같은 주식을 보면 이렇게 말한다.
“야 얘는 1년 동안 112% 올랐잖아? 이쯤이면 팔고 다른 거 해야지!”
한마디로, 올라갈 때까지만 참는다.
그 이후 계획은 없거나 ‘그다음 뭐 또 있겠지’ 쪽이다.
2. AI로 갈아탄 FOMO족
최근엔 AI 주식이 워낙 핫하다 보니,
SFM처럼 식품 유통 기업에 투자했다는 말만 해도 이렇게 말하는 경우가 많다.
“형, 그런 거 들고 있지 말고 N사나 S사 같이 챗GPT 태우는 애들로 갑시다.”
“요즘 AI만큼 빠른 건 없다니까?”
그 말, 반은 맞다.
AI가 지금처럼 급등하는 국면에서는 단타 수익이 가능하다.
하지만, 문제는 이들 중 많은 수가 고점에서 들어가서 우는 일이 비일비재하다는 것.
2023년에 엔비디아에 천만원 넣었다는 지인, 지금 마이너스 28%다.
3. 마음은 장기, 손은 단기
또 한 부류는 ‘마음은 투자자, 손은 트레이더’다.
내면의 금융철학은 워런 버핏인데,
10%만 수익 나면 바로 손가락이 베어 나올 듯 키보드를 두드린다.
예를 들어, SFM 주식을 사두고
뉴스에서 '콘테이너 운임이 오른다'는 말만 들리면 바로 매도 클릭.
마치 배추값 올라서 김치 냉장고까지 처분하는 격이다.
오히려 운이 나빠진 투자자들
솔직히, 누가 맞는지는 시간이 말해준다.
하지만 하나 확실한 건 있다.
안 팔아서 망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내 지인 중 한 명은 2022년에 테슬라를 정리하고 그 돈으로 NFT를 샀다.
지금? 테슬라는 그 이후 두 배 가까이 올랐고,
NFT는 '픽셀 jpg 1장에 정든 1,800만원'이라는 슬픈 추억만 남겼다.
그 친구를 한 마디로 표현하자면,
“차라리 안 했으면 이긴 사람.”
화려한 AI, 튼튼한 채소
결국 이번 RF Capital의 사례에서 중요한 건,
‘실제로 돈을 벌었다’가 아니라,
‘장기적으로 믿고 들고 있었더니 벌었다’는 데 있다.
채소 파는 동네 마트 SFM이 그렇게 매력적으로 보이지 않을 수도 있다.
반면 AI 주식은 마치 지금 아니면 영영 못 탈 것 같다는 환상마저 준다.
하지만, 실제로 수익을 만드는 건 호감보다 구조다.
실적이고, 성장이고, 운영의 내공이다.
RF Capital은 이걸 알고 있었다.
그래서 2025년 1분기에도 여전히 들고 있었다.
당신은 어떤 투자자인가?
- 뉴스 들으면 손이 근질거리는 타입인가
- 우연히 탄 종목이 수익 나면 신이 된 듯한 기분인가
- 아니면, 기업 보고 참을 수 있는 투자자인가
SFM은 단순한 마트 얘기가 아니다.
우리가 주식 시장에서 어떻게 움직이고 살아가는지를 들여다보게 만드는 한 단면일 뿐이다.
그러니,
오늘 하루 종목 창을 넘기며 느꼈던 그 감정—
그게 탐욕인지, 확신인지, 두려움인지 돌아봐야 할 타이밍이다.
결국 투자는,
못 사고 파는 게 아니라,
너무 자주 사고파는 게 문제일지도 모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