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목차 바로가기
01. ‘어플 하나 깔았을 뿐인데’
02. 내 아이를 지키고자 시작했지만
03. 어느새 우리 가족은 서로를 추적하고 있었다
04. 위치 공유, 그 이상의 이야기
05. 우리 가족에겐 Life360이라는 새로운 언어가 생겼다
내 아이를 추적하려다, 내 인생이 추적당하다
— Life360에서 벌어진 아주 소소한 반전 이야기
👩👧👦 "애들 학교 잘 갔는지 확인하려고 시작한 앱이었어요."
아이들이 스마트폰을 가지게 되면서, 자연스럽게 ‘위치 공유 앱’이라는 걸 쓰게 되었습니다. 이름은 Life360. 처음엔 그저 이상한 골목에 들어가지 않게끔, 학교를 무사히 도착했는지만 확인하는 용도였죠.
하지만 예상 못 한 일이 일어났습니다.
앱을 설치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저는 “마트 가는 길”에, “쿠키 사줘요”라는 문자를 받게 되었습니다. 보낸 사람은… 딸.
👧 “엄마, 판*라 가는 거 다 알아. 쿠키 하나만 부탁해요~”
네. 그날부터 제 인생은 추적당하기 시작했습니다.
1. 처음엔 그냥 자녀 보호용이었습니다
솔직히, 요즘 같은 세상에 아이 위치 정도는 실시간으로 확인해야 마음이 놓이잖아요. GPS가 정확히 어디에 있는지는 모르겠고, 학교에 잘 들어갔는지, 하교는 안전한지 일일이 전화할 수는 없고요.
“도착했어?”
“응.”
“진짜야?”
“…응.”
이 단답형 문자 세 번 받고 나면 부모로서 마음에 안심이 들지 않습니다. 차라리 Life360은 똑똑하게 확인해줬죠.
‘ㅇㅇ 중학교에 도착함 — 오후 7시 21분’
그래, 들어갔구나. 그걸로 충분했습니다.
2. 애들 추적용이었는데, 어느새 부모 GPS가 켜졌다
그러던 어느 날, 저녁 시간. 저는 조용한 팬*라 카페에 앉아 있었죠.
그러다 푸딩처럼 말랑한 문자를 받았습니다.
👧 “지나가는 길이면 쿠키 하나만~”
아니, 어쩌라고.
이 친구, 제가 어딨는지 보고 있었던 거죠.
🤯 전환점은 여기였어요.
이 앱, 저만 애들 위치 확인하는 게 아니라 — 애들도 절 보고 있었답니다.
웃긴 건 그다음부터입니다.
마트만 갔다 오면 메시지가 두세 개씩 뜹니다.
🛒 “엄마 과자 사와요”
🧼 “세제 바닥났어요”
🧃 “사이다 제로로요!”
이쯤 되니 가족끼리 알림을 보내는 게 아니라, 마트에 간 담당자 ≒ 엄마 에게 장바구니 실시간 페이지를 공유하는 수준이 됐습니다.
3. 그리고 우리 가족은 ‘같은 지도’를 공유하게 됐다
무엇보다 놀라운 건, 그 앱이 우리 가족 문화를 바꿨다는 겁니다.
📍 언니는 엄마가 도서관에서 일하는 거 보면, 전화는 자제하고 카톡만 합니다.
📍 동생은 아버지가 야간 근무 시작한 걸 알게 되면, "오늘은 치킨 말고 해장국으로 하자."
📍 남편은 제가 시댁 잠시 들른 걸 보면, "장모님 것도 같이 사면 좋아하시겠다~" 하고요.
우리는 더 이상 “어디야?”라는 말 없이 서로를 이해하게 됐고,
“왜 전화 안 받아?” 같은 다툼도 줄었습니다.
4. 위치 공유라는 새로운 가족 언어
Life360이라는 앱이 사실 가족 간 감시도, 불편함도 불러올 수 있는 기술이지만 —
우리에겐 오히려 대화를 열게 하는 ‘기회’가 되었습니다.
📱 “언제쯤 오세요?”가 아니라,
🙌 “조심히 와~ 내가 문 열어놓을게.”
이렇게 변화했거든요.
처음에는 ‘부모 보호 기능’이었던 그 앱이,
지금은 ‘온 가족 연결 링크’가 되었네요.
5. 맺으며: 누가 누구를 지키는 걸까
지금 생각해보면, 아이들만 걱정했던 저였는데,
어느 순간, 아이들도 저를 걱정하게 되었더라고요.
🚗 “엄마, 고속도로 너무 빠르게 달리는 거 같아요. 조심해요.”
⛽️ “기름 거의 없던데, 주유소 들러요!”
‘걱정’이라는 감정이 일방적이지 않다는 걸,
그 앱이 알려주었습니다.
가족은 늘 ‘함께 있는 것’이 아니라,
‘서로를 지켜보는 것’일지도 모릅니다.
👨👩👧👦 어쩌면 우리 시대의 가족은,
Life360 지도 위에서 더 든든해지는 걸지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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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에필로그:
요즘 아이들은 관찰당하는 데 익숙하다고들 합니다.
하지만 저는 거꾸로,
“관심받는 게 익숙한 어른”이 되어가고 있네요.
오늘도 마트에 가면,
뭔가 조용히 울릴 예정입니다.
📦 "과자 빠졌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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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시 여러분도 ‘몰래 추적당했던’ 경험 있으신가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