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에 남는 ‘이름’이 되고 싶다면: Lynda에서 배우는 시대와 정체성의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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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이름 하나 바뀐다고 인생이 바뀌진 않는다?
  2. Linda와 Lynda 사이, 오묘한 경계
  3. 이름값은 값어치를 한다
  4. ‘Lynda’라는 구원의 철자
  5. 이름은 시대를 타고, 나는 그 위에 선다

이름 하나 바뀐다고 인생이 바뀌진 않는다?

이 글은, 이름에 관한 에세이다.
그렇다. 그냥 이름 얘기다.

하지만 단순히 이름 얘기로 끝나지 않는다.
이건 그 ‘이름’이 주는 이미지와,
그로 인해 겪게 되는 미묘한 감정의 골짜기에 관한 이야기다.
그리고 매일 수많은 이력서와 자기소개서 속 이름이
어떤 선입견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지,
우리가 무의식중에 이름으로 사람을 판단하는지에 대해 따져보게 된다.

예를 들어, 내 이름이 '지후'였다면 어땠을까?
취업 시즌마다 상위 랭크에 오르는 신세대 이름,
왠지 마케팅 직무가 잘 어울릴 것 같고,
팔로워가 3천은 될 것 같은 느낌…?
하지만 내 이름엔 그런 트렌디함 대신,
뭔가 비서실에서 전화를 받을 것 같은 분위기가 녹아있다.

Linda와 Lynda 사이, 오묘한 경계

에세이의 주인공은 'Lynda'다.
그렇다, 평범하고 흔한 'Linda'가 아니라 ‘Y’가 들어간 ‘Lynda’.
이 작은 스펠링 하나가 그녀의 세계에서도
꽤나 묵직한 차이를 만들어 낸다.

Linda라는 이름이 미국에서 한때
부모님 세대의 대명사였다면,
Lynda는 그중에서도
"나는 좀 다르다"는 표식을 달아 둔 느낌이다.

📌 내가 만약 대한민국의 Linda였다면?

국내 버전으로 치면,
이는 아마 '영희'와 '영히'쯤일까?
혹은 ‘지영’과 ‘지영e’?
성별, 세대감, 이미지가 흐릿하게 정해져버린 이름에
작은 변수 하나를 심으며
‘나는 기존 틀에서 완전하진 않다’고 말하는 일종의 저항인 셈이다.

실제로 나의 고등학교 동창 중 ‘미영’이라는 친구가 있었는데,
늘 "아니, 미영이 말고 '미영희'야!"라고 정정했다.
같은 이름이지만 자기 소개 한 줄에 정체성을 담는
그 조그마한 몸부림, 난 이상하게도 깊이 공감했었다.

이름값은 값어치를 한다. 진짜로.

흔히들 ‘이름 따윈 중요하지 않다’고 말한다.
하지만 어릴 때부터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그 말을 실감하지 못하는가?

예를 들어 보자.

👶 "와~ 이름이 ‘채원이’예요? 예쁘다~"
👵 "강○자? 뭐라구요? 66년생 아니에요?"
🧑‍💼 “김○철… 음, 믿음직하네.”

'이름값 한다'는 말이 괜히 나온 게 아니다.
그 이미지가, 당사자를 굳이 모르고도
상상하게 만들고, 선입견을 품게 만든다.

우리나라에서도 어떤 이름은
직업군과 결합해 강력한 고정관념을 만들어낸다.

👩‍⚖️ 수빈 변호사 : 신뢰감 있는 듯
👨‍💼 상현 과장 : 업무는 못해도 회식은 잘할 분위기
👩‍🏫 미정 쌤 : 자료 정리는 최고일 듯

나는 그런 이름을 가지지 못했다.
대신, 어디 가서 "이름이 참… 옛스럽다"는 말을 자주 들었다.
특히 자기소개할 때면
"엄마 친구 이름 같아요"라는 말도 심심찮게 들었고.

‘Lynda’라는 구원의 철자

그런 내게 위로를 준 건,
나도 모르게 짜릿하게 공감했던 Lynda Rucker의 이야기였다.
그녀는 미국에서 Linda라는 이름이 얼마나 전형적이며,
TV 속 HR 여직원 이미지에 가까운지 이야기한다.
그 한 글자의 ‘y’가,
그녀가 평범하고도 식상한 ‘Linda’가 아님을 증명해준다는 것이다.

그 이야기를 보며 문득 깨달았다.
우리가 애써 닮고 싶지 않아했던 이름도,
결국은 시간이 흐른 탓이지
그 이름 자체가 문제는 아니었을 수 있다는 걸.

내 이름도, 어쩌면 20년 뒤엔
"감성 있고 따뜻한 이름"이라 불릴지도 모른다.
이름은 총알이 아니다.
그건 주인이 어떻게 쓰는가에 따라,
도구가 되기도, 짐이 되기도 한다.

이름은 시대를 타고, 나는 그 위에 선다

Lynda는 마지막에 이렇게 말한다.
"나는 여전히 이 이름을 바꾸지 않았다.
왜냐하면 이건, 부모님이 나를 위해 남겨준 흔적이니까."

나는 그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우리는 모두 시대라는 물결 위에 있는 존재다.
트렌드에 올라타기도,
때로는 그 파도에서 밀려나기도 한다.
하지만 끝까지 남는 것은,
그 이름을 어떻게 살아냈느냐에 대한 기록일 것이다.

그러니까, 혹시 당신도
지금 본인의 이름이 촌스럽고 별로라고 느껴지더라도,
괜찮다. 그건 단지 타이밍의 문제일 수 있다.

📍 Linda는 잊히지만, Lynda는 기억된다.
그것처럼, 당신도 누군가에겐 꼭 기억될 이름이 될 것이다.

✍🏻 에필로그
지금도 SNS에선 아이 이름을 가명으로 돌리는 부모들이 많다.
통명 대신 ‘하은맘’, ‘시우아빠’…
우리의 이름은 점점 가족관계명으로도 가려진다.
하지만 진짜 정체성은,
그 가림막 너머에서 더 빛날 수도 있다.
당신의 ‘y’를 찾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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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대한민국 블로그 전문가,
시대 속 이름의 슬픔을 체험한 한 사람으로부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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