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로그 제목:
💥 아이언맨이 악당? 로다주의 컴백과 '어벤져스: 둠스데이'가 우리에게 시사하는 것
—
목차 바로가기
- 아이언맨, 아니… 닥터 둠?
- 로다주 컴백, 그에 대한 팬들의 ‘찢어진’ 반응
- 후천적 히어로성? "멀티버스"라는 명분
- 감독진의 귀환 = 팬들의 신뢰 회복 시도
- 마블의 부활일까, 추억팔이일까
- 마블에서 시작된 ‘내러티브 리세팅’ 트렌드
- 내가 말하고 싶은 건
—
이건 마블과 대중문화에 대한 이야기다.
정확히 말하면, ‘로다주(로버트 다우니 주니어)의 귀환’이라는 대형 이벤트에 둘러싸인 시선에 대한 짧은 생존기다.
그리고 늘 그렇듯, 이건 완전히 주관적인 에세이다.
지금까지 마블 안 봤다고 아무 문제 없이 살아온 당신에게는, 앞으로도 별 의미 없을 수도 있다.
하지만—
이번 뉴스 하나에 어깨를 움찔한 대한민국 30~40대 남성에게는 작게나마 의미가 남는다.
왜냐면 이건 단순히 히어로 영화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가 어떻게 늙어가고,
어떤 기억에 기댄 채 앞으로 나아가려고 하는가에 대한 문제이기 때문이다.
—
1. 아이언맨, 아니… 닥터 둠?
로다주가 돌아온다.
아이언맨이 아니라, ‘닥터 둠’으로.
정확히 말하면 "멀티버스 속 다른 세계의 닥터 둠"이다.
철가면을 쓴 위협적인 천재 과학자가, 언젠가는 어벤져스와 한판 붙을 악당이 되는 것이다.
그런데 이 역할을 로다주가 한다고?
놀랍지도 않다.
왜냐면 우리 모두, "죽었던 아이언맨이 돌아올 것"이라는 건 은연중에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단지 그 제형이 '다른 우주의 닥터 둠'일 줄은 몰랐을 뿐이다.
심지어 이 둠은, 코믹스 원작 속 '영웅 철학자형 아이언맨'과 겹칠 가능성이 있다.
그러니 나쁜 사람이라기보다는, 다른 길을 택한 또 다른 '토니 스타크'일지도 모른다.
이는 지금 MCU(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가 겪고 있는 거대한 '설정 리셋'의 일환이다.
배우도 유지하고, 팬들도 유지하면서,
새로운 이야기로 전환하는 기가 막힌 편법이다.
—
2. 팬들의 반응은? 그야말로 엇갈림 그 자체
이 장대한 컴백에, 인터넷은 말 그대로 ‘양분’됐다.
"드디어 로다주 돌아온다!"
"이게 마블이지!"
라는 반응과,
"그의 영웅적 엔딩을 왜 망치지?"
"결국 팬심팔이 아니야?"
라는 반응이 동시에 터져 나왔다.
내 주변에도 그런 친구가 있다.
"그래, 난 울었어. 아이언맨이 죽는 그 장면에서.
그런데 그걸 다시 살아나? 닥터 둠으로? 그것도 어벤져스 영화 악역?
이건 배신이지."
그 말이 이해가 안 되는 건 아니었다.
우리 세대에게 ‘엔드게임’은 어떤 의식 같은 것이었다.
"이제 진짜 끝났구나."
그 순간의 감정은 쉽게 복구되지 않는다.
하지만 팬심도 결국 시간 앞에선 반감된다.
기억은 흐려지고, 영상은 남는다.
로다주만큼 ‘멀티버스를 핑계 삼아 복귀할 수 있는’ 적임자는 없었을 것이다.
—
3. 멀티버스 = 변명? 아니, 동시대적 전략
사실 이 모든 가능성은 단 하나의 전제를 기반으로 한다.
"멀티버스"라는 개념이다.
이게 뭐냐면 요즘 슈퍼히어로 영화들의 만능 치트키다.
죽은 사람 살리고, 평행 세계 만들고, 아무 거나 던져 넣는,
말 그대로 ‘서사의 편집창’이다.
이건 그저 마블만의 기획이 아니다.
DC는 이미 수십 년 전부터 이 개념을 도입했고,
최근 헐리우드 스튜디오들은 모두 "멀티버스"라는 키워드에 올라타고 있다.
그러니까, 이건 하나의 큰 트렌드다.
과거의 인기 캐릭터와 배우들을 다시 불러오는 가장 편하고 경제적인 방법이다.
로다주가 닥터 둠이 됐다는 건, 단순한 ‘악역 캐스팅’이 아니라,
"기억의 자산"을 새로운 맥락에 맞게 리펙토링(re-factoring)한다는 의미다.
—
4. 루소 형제의 귀환 = 팬서비스 이상
여기서 주목할 점이 하나 더 있다.
감독도 '다시' 루소 형제다.
‘인피니티 워’와 ‘엔드게임’을 감독했던 그들.
당시 그 이름만으로도 ‘퀄리티 보장’이 되었던 시절이 있었다.
그들이 돌아온다는 것은 마블이
"우리 다시 제대로 해볼게요"
라는 싸인이다.
팬들이 "다시 가볼까…?" 하고 기대를 걸 수 있는 장치다.
하지만 이건 리스크가 크다.
기대치가 이미 높기 때문이다.
실패하면, 이젠 진짜 아웃이다.
—
5. 부활이냐, 추억팔이냐
그러니까 결국 이건 우리 세대의 뇌리를 뒤흔드는 문제다.
우리는 엔드게임으로 끝났다고 믿었다.
그 장대한 이야기, 완결성 있는 마무리.
그 감동을 먹고 자란 우리에게,
다시 어벤져스라고? 그것도 로다주 악역으로?
이건 일종의 ‘재개발’이다.
우리가 익숙해져 있던 풍경에, 새로운 고층 빌딩이 들어서는 것이다.
"저기는 옛날에 작은 슈퍼 있었는데…"
이런 말이 나오기 시작한다.
—
6. 마블에서 시작된 '내러티브 리세팅' 트렌드
생각해보면, 요즘 모든 콘텐츠가 이렇다.
게임도 ‘리마스터’,
드라마도 ‘리부트’.
디즈니는 옛날 애니 실사화로 메가 히트를 치고,
DC는 배트맨만 3명이 동시에 활동한다.
"과거 IP 자산"과 "시리즈 피로감" 사이에서 줄타기를 한다.
그러다보니 우리는 매번 낯익은 얼굴에게 익숙하지 않은 정체성을 부여받는다.
닥터 둠마저 아이언맨이라는 점에서,
이쯤 되면 우리가 사는 세상의 서사조차 멀티버스가 아닐까 싶을 정도다.
—
7. 결국 내가 말하고 싶은 건
사람이 기억을 먹고 산다는 말을 믿는다.
특히 우리 세대는,
영화 한 편의 대사, 드라마 한 장면, 게임 속 OST에
삶의 시절을 저장했다.
그런 점에서 로다주의 귀환은 단순한 배우 캐스팅을 넘어
우리의 성장과 퇴장을 동시에 건드린다.
우리는 과연 새로운 마블을 받아들일 수 있을까.
아니면, 여전히 ‘그 시절 히어로’를 기억하며,
다시 한 번 극장으로 발걸음을 옮기게 될까?
어떤 쪽이든, 닥터 둠이 되어 돌아온 토니 스타크를 보고 싶지 않다고 말하긴 어렵다.
우리 모두,
어떤 방식으로든
그를 다시 보고 싶었던 거니까.
—
👉 함께 보면 좋은 글
- '엔드게임' 5년 후: 우리는 뭘 기다리는가
- 추억팔이 콘텐츠에 열광하는 이유
- 멀티버스 시대, 콘텐츠 소비의 리듬 변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