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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것은 한 보통 투자자의 헬스케어 주식 이야기입니다
- 상장사도 사람도, 믿음은 깨질 때 가장 아픕니다
- 유나이티드헬스(UNH)가 보여준 두 얼굴
- 옵텀(Optum)이라는 희망은 왜 무너졌는가
- 이렇게 신뢰가 무너지면, 일반 투자자는 어떻게 해야 할까
- 누군가는 알고 있었다, 그리고 우리는 또 늦었다
유나이티드헬스, 신뢰한 만큼 아팠던 주식 이야기
이건 어느 건강보험 기업의 재무제표를 뜯어보는 분석 글이 아니다.
금융계에 종사하지 않는 한 개인 투자자가, 믿음으로 품었던 미국 최대 보험사의 뒤통수를 맞은 이야기다.
상장사도 사람도, 믿음이 깨질 때 가장 아프다
투자를 하다 보면, 종목에 대한 애착이 생긴다.
어떤 이에게 애플은 인생의 꿈이고, 어떤 이에게는 테슬라가 미래다.
나에겐 유나이티드헬스(UnitedHealth, 티커: UNH)가 그러했다.
그 이름만으로도 어떤 듬직함이 있었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단 한 번도 실적을 어긴 적 없던, 소위 ‘배신하지 않는 우량주’였다.
하지만, 2025년 4월. 처음 있는 일이 일어났다.
UNH가 20년 만에 최악의 하루 낙폭을 기록했다. 무려 하루 새 시가총액 120조 원 증발.
재무제표, IR코멘트, 산업 분석 아무리 갖다 대도 어깨 한쪽은 무거워진다.
“내 통장도 저 중 하나다”
옵텀이라는 희망은 왜 무너졌나
UNH의 실적 부진이 더욱 충격이었던 것은, 그들의 자회사 ‘옵텀(Optum)’ 때문이었다.
그들은 보험업을 넘어서 헬스케어 플랫폼화에 가장 잘 적응한 기업으로 꼽혔다.
옵텀은 처방약 관리, 헬스케어 IT, 메디케어 서비스까지 다양한 영역에서 안정적 성장세를 보이던 기업이었다.
이 방향성과 시스템적 확장성을 믿고 투자한 투자자는 많다.
마치 우리가 회사를 다닐 때, “우리 부서는 올해 아주 잘했어요”라는 발표에 기대 그 부서에 사표 안 내고 남아 있는 것처럼.
그런데 이번 분기 IR 발표에서는, 옵텀마저도 예기치 않은 비용 증가로 발목을 잡혔다고 한다.
“잃은 건 단순한 돈이 아니었다”
20년 넘게 투자 업계에서 ‘믿을 만한 주식’으로 불리던 회사.
심지어 코로나 팬데믹 당시에도 꾸준히 실적을 올리던 회사.
하지만 이번에는 걷잡을 수 없었다.
문제는 '어디서 틀어진 건지 모르겠다'는 데에 있다.
사실 실적이 빠질 수는 있다. 이는 경제 순환의 일부다.
그러나 그 후의 '설명', '관리', '조정'이 더 중요하다.
MZ세대가 빠르게 성장하지 못한 스타트업에 실망하는 것처럼, 이번 UNH 사건은 많은 개인 투자자에게 신뢰를 갉아먹는 결정타였다.
투자란 결국, 위기의 순간에 무엇을 배우는가
사례를 하나 들어보자.
내 지인인 K는 2021년부터 UNH를 비중 있게 담은 미국 ETF에 꾸준히 투자해왔다.
이유는 간단하다. “미국에서 의료비와 인구 고령화는 멈출 수 없는 추세니까.”
하지만 이번 1분기 실적 발표 이후, K는 이렇게 말했다.
“내가 선택한 투자 종목은 맞을 수 있었지만, 그 기업을 믿은 게 잘못이었다.”
정확히 표현하자면, ‘분산 투자’라는 기본 원칙을 잊고, 믿음이라는 감정에 이끌린 것이다.
하루에 -22%, 단일종목의 붕괴는 ETF 투자가 아니더라도 심리적으로 큰 타격을 준다.
시장은 감정을 용납하지 않는다.
누군가는 알고 있었다, 그리고 우리는 또 늦었다
흥미로운 건, 이 급락 직전에 몇몇 헷지펀드들이 UNH 포지션을 줄이거나, 보험주 비중을 축소했다는 정황들이 있다는 점이다.
공식 보고서가 빨리 나오지 않았을 뿐, 시장은 이미 눈치를 채고 있었던 셈이다.
결국 이번 사건은 ‘실적 미스’가 아니라, ‘정보의 비대칭’이 얼마나 큰 위기를 만들 수 있는가를 보여준 셈이다.
요약: 다시, 기본으로 돌아가야 할 때
✔ 믿음으로 투자했다면, 행동은 차갑게 해야 한다
✔ 실적 ‘꾸준함’이 < ‘위기에 대처하는 설명력’
✔ 헬스케어주는 성장주가 아니라, 관리형 자산으로 접근해야
✔ ETF라도 특정 산업군・기업 의존도가 높다면, 리밸런싱은 필수
투자를 하며 배우는 건, 돈의 움직임보다 결국 ‘사람의 본성’이다.
믿음, 감정, 기대치, 상처.
그리고 언제나 반복되는 ‘기다림’.
이번 UNH 사태는 우리에게 다시 말한다.
"믿음은 하되, 맹신은 하지 말자."
다음 시장 폭풍에도 살아 남고 싶다면, 감정은 줄이고 시스템은 늘려라.
2025년 봄, 미국 증시의 한 아이콘이 무너졌을 때,
나는 내 계좌에서 한 번 더 ‘사람’을 배웠다.